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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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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습하고 미지근한 바람이 부는 한 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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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방향을 따라 철교 위를 걷고 있었다. 아마 6월, 잡고 있던 고삐를 놓쳐 뛰어가버린 송아지처럼 - 시간은 달리고 또 달려서 내 삶을 통과해 후덥지근하게 느껴지는 6월의 바람 사이로 빠져나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그런 기분이 든 것 조차도 어디에선가 읽은 한 소설가의 어떤 문장을 다시 떠올려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어떤 기분이라는 것도, 느낌이라는 것도, 도로 위에서 무럭무럭 피어오르던 아지랑이마냥 형태가 없이 흔들리는 모습으로 내 마음 속에 있었으니까 말이다. 바람은 계속 불어오고, 차들은 변함없이 내 옆을 지나쳐갔다. 매연과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서 나는 기분나쁜 표정을 지으며 바닥만 바라본채, 그렇게 나를 빠져나가는 바람 사이로 걷고. 또 걸었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황량함, 허무함, 상실감, 후덥지근한 공기, 매연, 나라는 빈 공간을 훑어 지나가는 6월의 바람, 끈적끈적한 시럽같은 몸, 사람들, 군중, 회색의 하늘, 그 하늘을 가려버린 회색의 빌딩, 그 빌딩 사이를 지나치는 회색의 이름모를 새, 그 새는 오후의 느릿한 햇빛을 받아 일순간 빛덩어리처럼 눈에 꽂히고, 도시의 병든 빛덩어리와 군중을 지나쳐 나는 플랫폼에 닿았다.
눈을 감은채로 계속 한마디만을 되뇌인다.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역의 그늘에서 뛰쳐나와 다시 햇빛에 노출된 나는, 그 적황색의 늘어진 햇빛에 녹아가는 도시를 본다 - 구토가 치밀어오른다. 순간 발을 내뎌 달리기 시작한다. 햇빛이 싫다. 늘어진 햇빛이 내 피부를 녹이는 것이 싫다. 어느 영화에서 보았던, 피부가 녹아내리는 사람의 영상이 떠오르고, 다시 구토가 치민다. 턱에 찰 듯한 숨과, 구토할 것 같은 느낌 - 위에 아릿한 고통이 느껴지고 가슴은 미친듯이 뛴다.
헐떡임.
그래. 난 그렇게 한여름 길바닥에 늘어진 개들마냥 침을 흘리며 헐떡이고, 눈에선 빛을 잃은채로, 구역질을 하며, 달렸다. 길바닥이 발에 닿는 느낌조차도 둔하다. 쓰러질 것만 같다. 하지만 쓰러지면 저 아스팔트 사이로 아이스크림처럼 끈끈하게 녹아 달라붙을 것만 같다. 또 다시 구역질. 햇빛이 싫어!
그렇게 시간은 6월의 바람 사이로 빠져나가고. 그녀에 대한 생각도 그렇게 그 바람 사이로 사라져갔다.
다시 그때의 6월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이젠 그 바람 사이로 빠져나간 또 다른 무엇을, 난 되찾아야 하는 것일까?
keni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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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OE 리더 |
[2003/05/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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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가족들, 친구들, 소중한 것들...
그리고 꿈... 음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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