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 내겐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난 존재할 가치조차 없는 인간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지.
그건 아직 너를 잃기 전의 이야기.
그렇지만 네 목소리를 들을 용기는 없던 때의 이야기.
바로 내 옆을 지나쳐가는 헤드라이트의 빛과 타이어의 마찰음.
그리고 아스팔트 바닥의 울림.
감정이라고는 없는 강철과 고무와 플라스틱 덩어리에
내 삶이라는 확률을 맡기고 멍하게 하늘을 바라봤어.
죽을 수 있었을까?
내 얘기를 들을 수 있었을까? .#
#. 울고 있었던건 아직 자신에 대한 애착이 남아있었기에. .#
#. 그렇지만 널 날려보낸 차가운 빛의 푸른 하늘 앞에서
그때 누운채로 보았던 별의 빛과, 헤드라이트의 빛을 생각해낸 건.
그리고 또 울었던 건. .#
#. 너에 대한 연민.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한 연민. 또한 어느 누군가에 대한 연민.
그리고 끝이 없을 슬픔뿐인 삶에 묻힐 존재를 위한 연민. .# keni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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