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여름의 진해는 과연 지옥이었음. 여름이라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

소비의 미덕을 은총으로 받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은 불가능한걸까.

벽을 바라본 채 서로의 그림자로만 의사소통을 해야하는 거였다.
내 얼굴을 바라보는 너의 시선이 느껴졌다고 하더라도
네 눈을 바라보고 네 생각을 읽는 일 같은 건 해선 안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그림자놀이를 하고 있었어야 했다.
네 눈을 바라보지 말았어야 했다.

새롭게 또 다른 '너'와 보는 영화,
같이 걷는 무더운 거리,
그 골목의 끝에 있던 나무의 향기,
강의 풍경,
차가운 음식,
언덕 위 바람의 냄새,
... 어떤 것들도 이제는 남지 않게 되는 것일까.

내 감정은 이제 어떻게도 새로운 것은 낳지 못하는 채로,
각인된 기억에 대한 반응만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

각인된 감정과, 그 기억은.
무섭다.

촛점이 맞지 않는 눈에 억지로 힘을 주어 바깥 풍경을 바라보려 했지만
눈 앞은 이미 흐릿해져 있었다.

...

노릇노릇 구워진 피부.

...

그런건가... 난 방해만 될 따름이었나.

...오전 12:50 2004-09-03

온몸이 그냥 익어버리는구나...
난 태양보다 달이 좋단 말이지. 으으..

...

확실히, 생각이 없어지기는 하는구나.
육체노동자... 라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