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하지만 남들이 그렇게도 바라는 보통의 삶, 보편적인 삶이란게
내가 55사이즈의 여자 원피스를 입는 일 만큼이나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 후로 세상은 나를 버렸다.

그리고 난 보통의 삶을 위장했다.

...

난 환상을 보고 있는게 아니다.
나도 단지 당신들처럼 회색의 콘크리트 더미에서 살아가고 있는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하다.

단지 난 더듬이가 조금 더 발달했을 뿐이다.
단지 난 우리들이 우리 발 밑을 기어다니는 바퀴벌레들보다
조금 나은 상상력을 가졌을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있을 뿐이다.

결국 인간은 상상력으로 여기까지 온게 아니던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과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을
혀로 맛을 볼 수 없으며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없고
귀로 들을 수 없는 것들을
죽어라 상상하며 만들고 그려내고 노래하고 요리하고 설계하고 예언하고 부수고 만들어내는 거 아니었던가.

...

썩어버렸어. 난.

...

때가 되지 않았는가.
뭘 더 기다려?

...

주식아 덤벼라.

공 dvd 다량(이라고 해봤자 테스트용으로 20여장) 구입.

그래도 뭐 큰거를 지르지는 않고 소소하게 여러가지를 지르는 나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