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어차피 기댈 곳도 없으니까.

난 항상 이런 식이었으니까.

똑같이 미친 하루를 살고 있다고 해도.

나를 놓아준 그날로부터 나의 그림자만이 내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넌 여전히 거기 있을 것이고.

난 존재하지도 않을거야.

괜찮아.

적어도 존재하지 않는 나를 존재한다고 믿어주는 네가 있는 한은.

한 번쯤은 술에 취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멍하게 노트북 lcd에 뜬 네 얼굴을 바라봤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앵글. 날 바라보는 것 같은 착각.

문득 이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대상도, 혹은 저주하는 대상도
어차피 이제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실체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이 허깨비처럼 내 머리 속을 떠 다니며 저주를 대신 받아주는 부두인형같은 존재. '너'라는 건 더 이상 내 머리 속에서 그렇게 밖에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까 괜찮아.

왜 이렇게 정신이 없냐 진짜...

정말 욕이 나올만큼 의욕이 없다.
할 일은 얼마든지 있는데. 왜 이러냐. 정말.

국이 싱겁지 않냐는 어머니의 말에 '괜찮아요 난 싱거운게 좋아'라고 대답을 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나트륨을 찾고 있는 내 신경을 느끼며, 양키들의 소금덩어리 식생활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

덜덜덜...

물론 그게 쉽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눈빨갱이 케냘.
사실 난 볼빨갱이 케냘이 되고 싶었어요... ( *'ㅅ'*)

핸드폰 배터리가 완전 무선전화기 배터리 되다.
아 이거 배터리를 또 사라는거야 뭐야 대체 ;;

그래서 다시 묻혀가는 그리움.
그래서 다시 이어지는 기다림.

하지만 이제는 안녕.

응 죄다 뻥이야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