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

오늘도 꿀우유를 맹글어먹기 위하여 우유를 냉장고에서 꺼낸 Kenial.

컵에 꿀 한스푼을 넣는다.

컵에 우유를 붓는다.

냉장고를 열고 꿀통을 그 안에 넣었다.

...뭔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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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도 반토막이 났군요.

(주식질을 하다보니 이런 표현까지 쓰게 되는가..)

되돌아보면 ... '히키코모리 초기증세의 20대 후반 청년 k의 30개월'이라고 하면 대충 들어맞을 날들이었습니다. 인간관계의 확장에 스트레스를 받는 지랄맞은 성격에 휘몰아치는 프로젝트로 점철된 고정된 직장생활은 정말 못할 짓이긴 하더군요. 그래도 군대 끌려가서 동료들 면상에 총 갈겨대는 찌질한 인생이 되지 않은 걸 다행스럽게 여겨야겠죠..?

반년간 여러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무기력에 대한 증오. 인생의 바닥. 자기혐오의 극. 뜻밖의 좋은 기회. 여전한 자괴감. 일상에 대한 공포. 감정의 유보.

요약하자면 이렇고, 저는 저런걸 하나하나 풀어가며 얘기해줄 수 있을만한 오픈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아니므로 패스.

지금까지 주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에 귀차니즘 + 작심삼일 + 조삼모사 마인드로 대응해 왔던 걸 인정해야 할 듯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삶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꿈을 꾸었지만, 나이를 처먹을 수록 삶의 본질은 커녕 사색의 시간을 아쉬워하는 법도 없이 생각의 실을 잇기조차도 어려울 정도로 시끄러운 전철 안에서 유통기한 10초짜리 잡생각들만 머리에 꽉꽉 채운 너절한 샐러리맨 생활이 현실이더라구요.

현재로선 Kenial도 '어쩔 수 없나'를 입에 액세서리로 달고 다니고는 있지만, 글쎄요. 이제 슬슬 다시 버둥거려 볼 때도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또 몇 년이 지나고 나면 그때에는 또 다른 변명을 귀걸이 바꾸듯이 입에 바꿔서 달고 다니며 음울함을 풍겨댈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희망적.

이라는 말로 자신을 세뇌해볼까 싶어요.

여전히 인생은 숨바꼭질.

하지만 이제는 Kenial이 술래가 되렵니다.